태공백의 쉼터
태백이의 추리 사건 본문
얼마 전에 한 친구가 고향으로 귀향하여 염소농장을 꾸리고,
추리농장도 만들어서 올해 처음으로 추리를 수확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 어릴 적 '추리 사건'이 떠오른다.
추리와 참외 수확기가 보리 수확기와 같은 시기인데,
그 옛날 돈이 귀하던 시절에는 갓 수확한 보리 자루를 둘러메고
추리나 참외를 사러 갔었다.
그 '추리 사건'은 중학 시절에 친구들 대여섯 명이
보리 자루를 둘러메고 추리를 사려고 고개 넘어 추리밭으로 갔는데
추리밭에는 주인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 시간이 마치 초여름 저녁인지라 어두웠고, 주인도 없는 상황,,,
컴컴한 추리밭에서 플래시 불빛을 번쩍이면서
마구잡이로 추리를 따담고 있는데,
"도둑 잡아라!"
"잡아 묶어라!"
여기저기서 큰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이웃동네 주민들께 포위되어 잡혀갔다.
추리농장 주인은 동급생 여자아이의 집이었는데,
이웃동네 주민들은 큰 구경거리가 난 듯이 마당 가득히 모였고
동급생 친구들도 여럿이 와있었다.
우리 모두는 꿇어앉아서 주인어른께 용서를 빌었건만
"어른들 이름 적어놓고, 보리도 추리도 다 가져가!"
거기 왔던 이웃동네 동급생 친구들과 보리랑 참외를 싸들고 나와서
이웃동네 친구들이 베푼 다과를 먹으며 밤새 놀고,
이른 아침에 마을로 넘어오면서 고개마루애 우거진 찔레나무 숲에
보리랑 추리를 보이지 않도록 흙에 묻어 감췄다.
근디 어찌 된 일인지 마을로 들어서기도 전에
이 소문을 동네 어른들이 다 아시고 헛웃음 지으시면서
한 말씀들 건네신다.
"야~, 이 놈들! 잘하고 다닌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날,
고갯마루 찔레나무 밑에는 파란 보리싹이
아주 탐스럽게 소복이 돋아났어용! ㅎㅎㅎ
그 모든 것이 부족하였지만 인심만은 넉넉한 시절이었으니 그리 넘어갔지
지금 같으면 손해배상은 물론이요, 철창 구경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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