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공백의 쉼터
추억 담긴 길을 돌다 본문
고향에서 정월 초하룻날 오후,
예전 같으면 가까운 친척과 이웃 어른들께
세배드린다고 분주할 시간이나
요즘은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하게 된다고
거의 없어져가는 실정이라 시간 여유도 있고
올해 설이 늦은 관계로 따스한 봄볕 받으며
철없던 소싯적에 즐겁게 뛰어놀던
옛 추억이 담긴 길을 돌아본다.
기억 속에 가물가물 하지만
어릴 때 소풍 다녀온 광흥사를 둘러서
거기에서 멀지 않은 애련사로 돌아
옛 시절 학교 친구들 마을로 지나오며
정겨운 옛 친구들을 떠올려 본다.
그 자리를 수백 년간 지킨 고찰과 숲은
예나 지금이 별로 변한 것이 없지마는
그 시절 꼬불꼬불 오솔길은
여럿이 손잡고 걸을 만큼 넓은 길로 바뀌고
마을을 이어주는 별로 넓지 않던 진입로는
큰 차들이 교행 하는 넓은 길로 변했으며
학가산 중턱에 자리 잡은 애련사에도
자동차가 올라다니는 길이 나 있었다.
추억의 오솔길을 넘고 지나서
어르신들께서 농사짓던 옛 농장도 스쳐지나고
지금은 폐교가 되어서 어설프게 남아있지만
처음 글을 배우고 깨우치던 학교 앞을 지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버들피리 만들어 불고
물놀이하며 가재 잡던 개천을 지난다.
옛 고향마을 가운데 길로 들어서
마을 정자 취적헌 앞을 돌아
태어나고 자라며 청소년기를 보낸
옛집에 수 해만에 들린다.
집주인은 오래전부터 다른 이지만
아직 그대로인 옛집 마당에 들어서니
수많은 옛 기억이 스쳐 지난다.
청소년기까지 다정한 옛 친구들과
개구쟁이로 뛰놀고 자란 곳
어릴 적 조그맣던 과실수가 고목이 되고
좁다란 달구지길이 찻길이 됐다.
이웃 형들이랑 친구들과 어울려서
하루해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연 날리고 팽이 치며 썰매 타고
제기차기 숨바꼭질 등등
어리던 그 시절 옛골목은
눈만 뜨면 만나는 다정한 친구들과
편안하고 친숙한 이웃분들과
언제나 반갑고 정겨웠던 기억인데
이젠 마을길을 한 바퀴 돌아봐도
누군지 모르는 젊은이 몇만 지나치는
옛 추억의 길이 되었다.
모든 것들이 모자랐던 시절이었고
모든 것들이 불편했던 시절이었더라도
그 시절의 아름답고 정겨웠던 그 길은
마음 깊은 곳에 추억되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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