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공백
2024. 9. 18. 12:08
아버지께서 많이 편찮으시다.
그렇게 튼튼하시던 아버지께서
이젠 바싹 마른 짝대기처럼
볼품없이 약해지셨다.
어머니 또한 많이 약해지셨다.
그리도 통통하시던 어머니께서
이젠 살살 부는 가는 바람에도
날려가실 듯 가벼우시다.
그 긴 세월 숱한 나날들을
자식새끼들 조금이라도 더
배불리 먹이고 반듯하게 입히며
여유로이 잘 살게 하시려고
등골이 휘고 손발이 갈라지도록
밤낮을 모르시고 일하셨건만
그 마음 제대로 알기나 하겠으랴.
그 은공을 어찌 다 갚는다 하랴.
이제는 한 해 한 해가 다르시고
하루하루가 달라지시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가슴이 메인다.
이제 한 해 한 해 해가 지나면서
그 무겁던 짐을 내려놓으시려고
채비를 서두르시는 것 같으시다.
가슴이 찢어질 듯이 옥죄인다.
마음이 바위돌처럼 무겁다.
- 태공백 -
어머니 팔순생신의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