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유-머,게그
우리는 엿 안 사먹었어요!
태공백
2009. 4. 21. 21:30
저~ 멀리서 들려오는 고물장수의 큰 가위 소리,
“철그럭, 철그럭”.
조금씩 가까워지는 고물장수의 노래하듯이 외치는 소리,
“빈병이나 헌 고무신!”
“찌그러진 양은밥그릇이나 깨진 놋그릇!”
“닳아 못 쓰는 숟가락이나 구멍 난 솥단지!”
“닳아 못 쓰는 쟁기 날이나 쓸모없는 고철!”
“달비 팔아요!”
집안 앞마당, 뒷마당, 마루 밑에까지 구석구석 다 뒤져서
고물들을 들고 나온다.
“엿 주소!”
엿 자르는 넓적한 쇠판을 엿판에 대고 큰 고물가위 손잡이로
툭~툭~쳐서 엿을 떼어 밀가루를 살짝 묻혀준다.
발바닥에 불이나게 집으로 뛰어와서 동생들과 한 조각씩 나눠먹고,
동생들의 입단속을 시킨다.
“우리 엿 안 사먹은 거야. 어른들께 엿 사먹었다고 하면 절대 안 돼,
큰일 나! 알았지?”
“응~, 알았어!”
어른들이 집으로 돌아오신다.
동생 하나가 막~ 마당으로 가서 하는 말·말·말!
“우리 엿 안 사먹었어요!”
“오~, 그래!”
며칠 뒤, 아부지께서 논갈이 하시려고 쟁기를 꺼내시는데,,,
아이고, 이를 어쩌나!
쟁기 날이 어디로 도망 가셨을까나?
“오~, 그래!”하시던 아부지께서 노하신 목소리로 하시는 말씀,,,
“니들 다 이리 와봐라!”
“철딱서니 없는 노마들!!!”
<2007년 7월 17일, 초등학교 동문카페에 쓴 글>